녹색연합 성명서-지구의 날, 더 이상의 축제는 없고 파국을 막는 일만 남았다.

2022년 4월 22일 | 생태보전보호, 성명서/보도자료, 활동소식

올해로 52주년을 맞은 지구의 날, 우리는 다시 묻는다.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앞에 인류는 하나뿐인 지구의 파국을 막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100만종의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육지에 기반을 둔 토종식물은 20% 감소했다. 플라스틱 오염은 1980년에 비해 10배나 심각하고, 비료 유출로 인해 400개 이상의 해양 데드존이 형성되었다. 이미 지구 기온은 1도 상승하였고 이상 기후는 지구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의 날이 더 이상 지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나 축제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지구의 날을 기념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벌어진 해상 원유 유출사고였지만, 이제 지구의 위기, 생존해있는 모든 생명의 위기는 이미 인류가 저질러온 단순 실수와 사고를 넘어서는 문제가 되었다. 누적된 자원 채굴과 남용,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생물종의 멸종과 연쇄적 멸종. 대량의 폐기와 소각, 오염물질의 하천 유입과 바다생태계의 교란.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무한 성장을 전제로 한 성찰없는 질주의 결과다. 누차 반복해왔듯이 브레이크가 필요하고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새정부의 기후환경정책에서 희망을 감지하기는 커녕, 거꾸로 가는 양태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핵발전 확대를 강조하며 신규원전 건설과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이들 사전에 방사능 오염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지만 신규석탄발전사업은 중단할 의지가 없으며, 신규 공항 건설 사업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단다. 5개 보호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 공약을 비롯해 토건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까지 보이고 있어 국토 파괴가 불보듯 자명해 보인다. 대선 기간 내내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던 당선인은 급기야 대표적인 하천파괴사업인 4대강 사업을 기후변화 적응의 대표적인 통합대책으로 평가한 사람을 환경부장관으로 앉혔다.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는 당선인의 의지와 너무도 조응된다.

우리는 그래서 지구의 날 인수위 앞으로 달려가 석탄화력대신 핵발전으로 대체하겠다는 기후에너지정책의 전면 재수정을 요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 기후와 생물다양성이 궤멸되고 있는 지금. 지구를 회복시키기는 커녕 개발에 강한 시동을 걸고, 자원을 남용하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방사능 오염은 괘념치 않고 또한 기후위기를 재촉하게 될 사태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하는 오늘. 우리는 지구를 위하지 않는 그들에게 대단한 유감을 표한다.

2022년 4월 22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