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한 2022년 지방선거를 돌아보며

2022년 6월 3일 | 생태보전보호, 성명서/보도자료, 활동소식

<성명문> 2022 UN세계환경의날 50주년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한 2022년 지방선거를 돌아보며

1972년 6월 5일 유엔은 ‘세계환경의 날’을 제정했다. 지금부터 50년 전, 대한민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속적으로 밀어붙이며 생태계 파괴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2022년 6월 50주년 세계환경의날을 맞아 유엔은 다시 “하나뿐인 지구”를 주제로 위기를 새롭게 인식하려 애쓰는데, 대한민국 새 정부는 과연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세계 곳곳은 기후재난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벌써 섭씨 60도를 오르내리는 인도 기온은 히말라야 빙하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온실가스 농도와 해수면 상승이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얼마 전 6차 보고서를 채택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탄소중립과 더불어 ‘회복탄력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기준 온실가스를 반으로 줄이고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을 지켜내지 못하게 되면 생태계 붕괴에 따른 인류의 파국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한 호소이다.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절기상 생명이 기운차게 퍼져나가야 할 이 시기에 전국은 물론 특히 전남지역의 가뭄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원도 산불을 비롯해서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 되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가뭄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전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하천과 습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말라붙어 죽은 양서류들과 수서생물들의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꿀벌들이 사라져 양봉 농가뿐만 아니라 과수 및 식량 생산에도 심각한 상황이다.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은 심정은 말라붙은 농작물처럼 처참하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생태계 파괴를 기반으로 하는 토건 개발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기후 파국을 가속 시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의 편리와 풍요로움, 아파트, 자동차, 해외여행, 하이테크 제품, 주식 배당, 서구적 생활 방식을 그대로 누리면서도 당면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2022년 6월 전국지방선거에서 전라남도는 도지사 및 5개의 기초단체장 및 17개의 군소지역의 후보 중 일부 진보정당 소수 후보자들만 기후위기 대응 정책들을 제시했다. 한때 진보를 앞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보수정당의 ‘개발과 성장’만을 앞세운 보수 정치를 대변 한지 오래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민주당이 앞세운 공약들을 살펴보면 풍요와 편의만을 위한 분별없는 탄소 소비정책들로 결국 시민들과 미래 세대들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지금의 우리에게 직면한 분명한 문제는 무엇인가? 과거 1970년대 더 잘살아보자는 명분 속에서 하루 15시간 이상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을 견디며 일해 왔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파괴와 수많은 농민과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서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혜택은 권력과 자본을 쥐고 있는 특권층에게 편중되어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각해지고,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 세대 갈등, 급기야 성별 갈등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은 산재해 있다.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초래한 코로나19는 전파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녹아내리고 있는 영구동토층 아래에서 앞으로 창궐할 감염병은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 50년 전 세계환경의날을 제정할 때 가졌던 경각심을 잊고 무한 성장과 무한 소비를 부추기며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파국적 시스템을 지방행정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생태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지방선거를 끝내고 당선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패배한 정당과 후보자와 관계자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적 경쟁과 토론은 사라지고 과도한 네거티브로 얼룩져 공동체의 갈등은 심각하다. 당선자는 경쟁자의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흡수하고 전남도지사는 물론 기초 및 군소단체장들은 과도한 화석연료 소비에 기반으로 하는 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한다.

세계환경의 날 이후, 50년을 허비한 우리나라는 더는 지체할 수 없다. 늦었지만 행동해야 한다. 2022년 전국지방선거를 끝내고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지방자치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편리와 낭비와 포만을 버리고 불편과 검약과 부족의 삶으로 전환하며 기후위기와 저성장의 한계 속에서 좋은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의 각계각층과 지혜를 모아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22. 06. .03

()전남녹색연합

현능 송은주 박발진